테슬라 매장 앞에 줄이 선다. 모델 Y 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정작 보조금은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뜯어보면 왜 이런 상황이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 단순히 보조금 액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특정 기준을 못 넘으면 아예 탈락이다. 그 기준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평가 구조부터 보면 답이 나온다
총점은 정량 40점, 정성 60점, 가점 20점으로 구성된다. 정량 항목은 서비스 센터 수, 부품 보유 기간, 충전기 보급 대수 같은 것들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객관적이다. 문제는 과반이 넘는 60점이 정성 평가라는 점이다. 전문가 7인이 ESG 대응, 산업 기여도 같은 항목을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항목에 60점이 달려 있다는 건 사실상 채점자 마음대로 점수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공정 경쟁이 작동하려면 기준이 투명해야 하는데 그 투명성이 절반 이상에서 빠져 있다.
테슬라는 이 기준으로 몇 점이 나오나
테슬라 코리아의 상황을 실제 기준에 대입해보면 예상 점수가 67점 수준으로 탈락 구간에 들어간다. 이유가 있다. 국내 R&D 센터가 없다. 직영 서비스 센터가 14곳으로 기준인 15곳에 1곳이 모자란다. 10년 이상 부품 보유 기간 증빙도 어렵다. 충전기 보급은 더 황당하다. 테슬라가 현대차보다 4배 많은 급속 충전기를 깔았지만 DC 콤보 규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충전기 보급 점수가 0점 처리된다. 충전기를 더 많이 깔고도 점수를 못 받는 구조다.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볼보, 아우디, 지커, BYD는 탈락이 예상된다. 벤츠는 아슬아슬하다. BMW 정도가 합격 가능 수준이다. GM이랑 르노처럼 한국에 법인이 있지만 해외에서 수입해 파는 모델은 또 다른 항목에서 막힌다. 국내 공장 유무, 국산 부품 사용 비율, 국내 R&D 투자 여부. 이 항목들을 종합하면 사실상 현대, 기아, KGM 위주로 보조금 수혜가 집중되는 구조가 된다. 환경부 문서를 보면 '전기차 보급'이라는 명목인데 실제 설계는 '국산차 보호'에 가깝다.
이게 왜 한국한테 위험하냐
수입차한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냐. 미국이랑 유럽이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인식한다. 현대차랑 기아가 미국에서, 유럽에서 역공을 당할 명분을 준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먼저 벽을 높이는 꼴이다. 이미 미국 IRA로 한국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한번 터진 적이 있다. 같은 논리로 한국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다가 정작 국내 브랜드의 해외 시장이 흔들리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가 뭔지
내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조금인데 내가 사고 싶은 차에 보조금이 안 붙는다. 선택지가 줄어든다. 경쟁이 줄어들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다.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의 4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 구조로는 그 목표 달성이 어렵다. 비싸게 유지되는 전기차, 좁아진 선택지, 경쟁 없는 시장.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보급을 막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국산차 보호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일자리, 산업 생태계 유지가 이유일 것이다. 근데 소비자 선택권을 막고 통상 마찰 위험을 키우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맞는 답인지는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