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 배터리 결함 3년 방치 | 리콜 선언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 이유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80%에서 갑자기 10%대로 떨어진다. 그러다 잠깐 후에 60%로 올라간다. 계기판이 이렇게 움직이면 차를 믿고 탈 수가 없다. 닛산 리프 차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3년 전에 리콜하겠다고 먼저 발표한 회사가 지금까지 실질적인 조치를 하나도 안 했다.
냉각 장치가 없는 설계가 문제의 시작이다
다른 전기차들은 배터리에 수냉식 냉각 장치나 팬이 들어간다. 충전하거나 달릴 때 열이 생기는데 그걸 식혀주는 장치다. 닛산 리프는 이게 없다. 열이 쌓이면 배터리 셀이 부풀어 오른다. 스웰링이라고 한다. 부풀어 오른 셀은 제 기능을 못 한다. 그게 잔량이 갑자기 튀거나 차가 멈추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거다. 배터리 팩 내부를 보면 셀이 빵빵하게 부풀고 전해액이 새어나온 흔적이 있다. 이건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니라 설계 결함이다.

닛산이 내놓은 해결책이 충전 자제 권고다
닛산이 공식 리콜 안내문을 보냈다. 내용은 급속 충전을 자제하라는 거다. 배터리 결함이 있으니 충전을 조심해서 하라는 게 제조사가 내놓은 조치의 전부다. 그 사이 준비 중인 리콜이 배터리 교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충전 속도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일 수 있다. 근데 이미 부풀어 오른 셀은 소프트웨어로 되돌릴 수 없다. 하드웨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막아보겠다는 건 근본 해결이 아니다. 초기에 시동이 안 걸리는 증상을 보조 배터리 문제로 오인해서 돈 내고 교체하는 경우도 많다. 그게 실제로는 메인 배터리 이상의 전조 증상이라는 걸 모르고 넘어가는 거다.
3년 동안 정부도 손을 못 댔다
국토교통부가 강제 리콜을 명령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제조사가 먼저 리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발적 리콜 의사가 있는 회사에 정부가 강제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 이 법적 구조를 닛산이 활용한 거다. 리콜하겠다고 말만 해두면 차주들이 차를 교체하거나 폐차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미국 NHTSA에도 리프 화재와 관련된 리콜 자료가 접수돼 있다. 문제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바이백을 요구하는 차주들한테는 비밀 유지 계약을 시도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차주들이 중고차로 팔지 않는 이유
리프 차주들 중에는 이 차를 중고로 팔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당한 피해를 모르는 사람한테 떠넘길 수 없다는 이유다. 그 사이 중고 시세는 폭락했다. 안전 문제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충전을 거부당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상황이다. 재산권 피해에 사회적 불편까지 겹쳤다. 이 문제가 리프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다. 수년 후 다른 전기차들도 배터리 노화가 시작된다. 냉각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리프 사례가 먼저 보여주고 있는 거다. 어떤 차를 사든 배터리 냉각 방식을 확인하는 게 이제 기본 체크 항목이 됐다.
이 사태에서 남는 질문
제조사는 설계 결함을 인지하고도 왜 3년을 끌었는가. 정부는 자발적 리콜 선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3년간 아무 강제 조치도 못 했는가. 차주들은 안전 문제, 중고 시세 폭락, 사회적 고립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배터리 수명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 사용자들이 마주칠 수 있는 얘기다. 지금 리프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그 선례가 된다.